동양의문화와문화재/옛절을거닐며

쌍봉사 철감국사비를 찾아서

와썹맨눈썹맨 2021. 1. 17.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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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봉사 3층목탑

 

 

 한적한 산길에서 겨울의 기운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산사에서 맛 볼 수 있는 여유일 것이다.
 깊은 산골이면서도 평평하게 자리한 쌍봉사는 큰 규모는 아니다. 하지만 통일신라시대 구산선문의 하나인 사자산문의 어른, 철감선사의 자취가 있는 이 터는 결코 작은 절은 아니다.
 쌍봉사로 들어가는 길은 숲이 깊게 우거지지도 않았고, 푸르고 깊은 계곡이 흐르지도 않지만, 왠지 편안하고 따사로운 느낌을 주는 독특한 분위기가 있다.
 이 곳 산문에 들어서면 날렵하게 하늘을 향해 솟은 3층 목탑이 경이롭다. 조선중기에 조성된 이 목조건물은 보물 163호로 지정되어 보호받아 오다가, 불의의 화재로 소실된 것을 다시 복원해 놓은 것이다. 본래의 목탑형식을 복구한 것이기는 해도 이 시대 불교건축의 일면을 선보인 것으로 가치가 있다. 대웅전으로 사용되는 목탑안에는 석가모니불을 중심으로 하여 가섭존자와 아난존자가 배치되어 있다. 화재 때 대웅전 현판과 이 삼존불을 무사히 건져냈다고 하니 또한 희유한 일이다.

 

 

쌍봉사 철감국사부도탑 국보57호

 


 쌍봉사는 사자산문의 철감국사 부도탑이 있는 곳이다. 철감국사의 법호가 쌍봉이며 산 이름은 사자산이다. 부도탑은 웅대하고 정교한 것으로 통일신라 당시에 이 절의 사격이 지금과는 사뭇 달랐음을 알게 한다. 옥개석의 처마에 그려진 연꽃 무늬의 수막새는 마치 나무로 조각한 듯 정교해서 보는 이들을 놀라게 한다.
 대덕과 고승들의 자취가 배인 쌍봉사는 세조대왕의 원찰이었을 뿐 아니라, 조선중기에도 능주에 있는 정암 조광조 선생의 죽수서원과 함께 정신적 귀의처로 그 명맥을 유지했지만, 그러나 불교문화의 퇴조와 더불어 퇴락을 면치 못했다.
 그나마 오늘의 규모를 갖추기까지에는 주지 관해스님의 오랜 노력이 있었다고 한다.
 찬기운을 느끼며, 전설같은 분위기가 감도는 쌍봉사의 목탑과 철감국사의 부도탑에서 서성이다보니, 복잡한 시름은 사라지고 마음은 한가해 진다.

 

 

 

 

이희재 명상기행집 옛절을 거닐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