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썹맨눈썹맨 2021. 1. 20.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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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사 극락전

 자동차를 이용해서 겨울산사를 찾는 나그네들에겐 눈 쌓인 도로는 험한 여정이 되고 만다. 보성군 문덕면에 위치한 천봉산 대원사로 가는 길도 눈길에서는 방심할 수 없는 깊은 산이다.
 광주에서 이곳으로 오는 길에는 화순군 남면에서부터 푸르른 주암호가 펼쳐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주암호에서 가장 크고 멋진 무지개다리 문덕교를 건너가기 전 오른쪽 길로 들어서면 대원사가 나타난다.
 천봉산은 우람한 산은 아니지만 부드럽고 아기자기한 모습이 수려하다. 굽이굽이 산길을 지나 들어서면 산자락에 나무장승이 보인다. 속세와의 단절을 뜻하는 나타내는 표지에서 이 절의 주인이 섬세한 감각의 소유자임을 느끼게 한다.

 

 

 대원사는 특이하게도 고구려의 스님들이 창건한 곳이다. 고구려 보장왕때 보덕스님은 연개소문이 도교를 수용하고 장려한데 대해 크게 실망하고 백제로 귀화하여 전주지방에 머물렀다. 이런 인연으로 함께 남하한 그의 제자 심정, 일승, 대원스님이 이곳을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그분들은 모두 고구려의 스님들이었고 보덕스님처럼《열반경》을 중심으로 수행하고 교화함으로써 훗날 신라 열반종의 일맥을 이루게 된다.
 이곳에는 6.25사변 전까지만 해도《열반경》의 목각판이 있었으나 소실되었다고 하니 아쉬운 일이다.
 대원사에는 고색창연한 극락전이 남아있다. 아미타불을 모신 이 건물 안에 들어서면 여느 절과는 달리 염불하는 대중들의 체온이 느껴지고 누군가 살면서 움직이고 있는 생기가 넘친다. 극락전 안 한쪽의 벽호에는 관세음보살이 다른 한쪽에는 달마대사가 그려져 있다.

 

 

 아미타불과 관세음보살을 염불을 중심으로 한 타력신앙의 대상이고, 달마대사는 참선을 위주로 하는 자력신앙의 상징이다. 그런데 이 극락전에는 모순되는 듯한 상징이 함께 모셔져 있어서 이채롭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열반경》의 자취가 있는 터다운 구조라고 할 수 있다.

 아미타불은 영원불변의 무량수불이고 또한 영원한 빛인 무량광불이 아니던가.《열반경》에서는 그 부처님을 염불과 참선을 통해서 자기 자신 속에서 구하는 것이 진정한 열반이라고 했다. 그러므로 아미타불을 부르는 것은 서방정토에 가려는 뜻이기도 하거니와, 자신 속에 감추어진 불성(佛性)에 대한 그리움이다.

 


 지금 대원사에 주석하는 현장스님은 염불선을 제창하여 이 나라 불교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이는 이 절의 창건인연과 극락전 벽화의 의미와도 어울리는 것이다. 첩첩산중 대원사의 겨울산은 비록 차고 스산하지만 고구려 스님들의 자취와 현장스님의《그리움의 노래》는 나그네의 가슴을 따뜻하게 해 준다.

 

이희재 명상기행집 옛절을 거닐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