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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륵사지 석탑을 찾아서동양의문화와문화재/옛절을거닐며 2021. 1. 22. 13:42728x90
전라북도 익산시는 넓은 들녘이 있는 곳이다. 호남고속도로의 익산진입로에 접어들면 왕궁면과 금마면에 이른다. 모두 백제의 자취가 남아 있는 유서 깊은 지역이다. 미륵사지가 있는 금마면 기양리도 나지막한 산에 넓직한 들이 있다. 푸르른 하늘을 바라보며 걷다보니, 용화산 기슭에 전설 같은 미륵사의 빈 터가 나타났다.
일주문도 법당도 숲도 없는 황량한 절터네 서면, 거대한 서西 석탑이 세월의 무게를 이기고 서 있다. 그 옆에는 무너져 가는 서西 석탑의 본 모습을 그대로 담아낸 동東 석탑이 요술처럼 복원되어 있다. 무려 1300년의 세월의 차이로 동·서탑이 서로 어울린 모습은 아니더라도 백제탑의 온전한 모습을 가늠할 수 있다는 것은 기쁜 일이다.
복원된 미륵사지 西석탑 미륵사는 백제 무왕과 선화공주의 전설이 있는 곳이다. 신라의 공주였던 선화공주의 발원에 의해 미륵사는 창건되었다. 미륵부처님이 오는 세상은 인간의 고통이 사라지고 전쟁과 질병과 탐욕이 없다고 한다. 무왕과 선화공주가 꿈꾸었던 백제는 바로 그런 미륵의 세상이었고, 그 꿈을 현실로 이루기 위해 이 터가 이루어졌던 것이다.
이곳 용화산은 다름 아닌 미륵 부처님이 계시는 용화수에, 그 산 속의 사자암은 미륵 부처님의 사자좌에 해당한다. 미륵사에는 세 개의 탑을 세웠으니 이 세상에 내려오신 미륵이 세 번 설법하는 장소를 상징하는 것이다.
동 석탑과 서 석탑 이외에는 그 자취만이 휑 하게 남아있다. 그러나 또렷하게 남겨진 금당과 회랑의 주춧돌과 돌계단에서는 그 웅대했던 규모를 실감할 수 있다. 무엇이 이런 놀라운 탑과 금당을 세우게 했을까.
이것은 백제사람들의 불심佛心이리라. 미륵 부처님을 저 하늘세상에서 만날 것이 아니라 지금 이 땅, 백제에서 이룩하고자 하는 마음이 이런 불사를 일으킨 것이리라. 선화공주는 백제의 적국 신라의 공주가 아니던가. 그들의 로맨스에는 평화를 추구하는 불심이 서려 있다. 이에 뒤지세라 미륵사 불사를 위해 신라의 진평왕도 백제에 기술자를 보내 주었다고 전해진다.
미륵사지는 이런 전설만이 남은 채 아직도 폐허 속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무왕과 선화공주의 이야기 만이 전설의 고향으로 남아있는 것이다.
지금의 미륵사지는 서서히 백제의 숨결들이 되살아나고 있다.
푸르른 하늘에 어울려 회랑의 주춧돌 사이에는 말끔한 잔디들이 깔려져 있고, 머지않아 그 목탑과 금당도 옛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그리고 미륵세상의 아름다운 발원이 헛됨이 없이 이 땅의 선남자 선여인들이 평화와 사랑을 노래할 것이다.
이희재 명상기행집 옛절을 거닐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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